[사건을 보다]‘막대 살인’ 피해자, 그는 언제 숨졌나

2022-01-08 6



서울의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 직원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온몸엔 멍자국이 남아있었고, 하의는 벗겨져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70cm나 되는 막대기에 신체 주요부위가 찔려 장기 여러곳이 파열돼 있었다는 겁니다.

20대, 태권도 유단자였다는 그를 이렇게 만든 건 스포츠센터 대표였습니다.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술 때문이었다는 이 변명이 참혹한 범죄의 진실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Q1. 너무 참혹해서 말로 설명하기도 주저됩니다. 70cm짜리 막대기를 몸에 넣었다는 거잖아요?

지난달 31일 발생한 사건입니다.

사망 당시 피해자가 어떤 상태였는지부터 들어보겠습니다.

[피해자 유가족]
"(장례식장에서) 양쪽 엉덩이가 시커멓게 다 터져있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얼굴도 빈틈없이, 입술도 다 터져있고…"

피해자가 탈진할 때까지 10분 넘게 무차별 폭행을 이어가다가 급기야 스포츠센터에 있던 70cm짜리 막대기를 꺼내서 신체 주요부위를 수차례 찌른 사건입니다.

피해자는 장과 간을 비롯한 장기 여러 곳이 파열됐는데, 경찰은 40대 스포츠센터 대표 한모 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Q2. 왜 그랬다는 겁니까?

처음에는 "피해자가 음주운전을 하려고 해서 말리다가 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는데, 경찰은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스포츠센터 직원 4명이 회식을 한 뒤에 피해자가 집에 가려는 과정에서 약간의 실랑이가 있긴 했지만, 이후에도 두사람이 스포츠센터에서 2차 술자리를 갖는 모습이 블랙박스와 CCTV에 찍힌 겁니다.

그러자 "2차 술자리를 가진 뒤 피해자의 행동에 화가 나서 훈계 차원에서 때렸다"고 말을 바꿨는데 가해자 한 씨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고 막대기로 장기를 훼손한 부분에 대해선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Q3. 폭행 중에 가해자 한 씨가 오히려 112에 신고를 했다면서요?

경찰은 지난달 31일 새벽 2시쯤부터 폭행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2시 13분쯤, 한 씨가 112에 신고전화를 합니다.

"어떤 남자가 찾아와 누나를 때렸다"는 내용이었는데 경찰이 가보니 누나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스포츠센터 내 CCTV를 확인한 결과 한 씨가 112 신고를 한 뒤에 막대기로 피해자의 몸을 수차례 찌르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이후 한 씨는 경찰이 도착하기 전 피해자를 천장을 바라보도록 바로 눕히고 범행에 사용한 막대기도 숨겼습니다.

Q4. 경찰이 출동했을 때 피해자는 어떤 상태였던 거예요?

이게 문제입니다.

당시 경찰관 6명이 출동했는데, "직원이 술에 취해 자고 있으니 건들지 말라"는 한 씨의 말에 어깨를 두드려 본 뒤 옆에 있던 옷을 덮어주고는 철수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경찰이 CCTV를 정밀분석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씨가 막대기로 피해자의 신체부위를 수차례 찌르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처음 한두번은 고통을 호소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후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경찰은 출동 경찰관들이 현장에 왔을 때 이미 피해자가 숨져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출동 경찰관들을 상대로 한 진상조사에서 경찰관들이 피해자가 숨을 쉬는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경찰이 치명상을 입은 피해자와 강력사건 용의자를 그냥 놔두고 돌아간 게 됩니다.

Q5. 경찰의 대응이 또 문제군요. 그런데 하의는 왜 벗겨져 있었던 거죠?

CCTV엔 한 씨의 폭행 과정에서 피해자의 바지가 조금 내려가는 모습도 잡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더 아프게 때려야 겠다는 생각에 아예 하의를 벗겼다는 건데, 범행이 얼마나 잔혹했는지 짐작케 하는 부분입니다.

Q6. 가해자 한 씨, 어떤 사람인지도 취재가 됐습니까?

어린이 스포츠센터를 운영한 건 2년 전쯤부터이고 최근까지 상당한 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이전에 한차례 사업에 실패한 이후 매일같이 술을 마셨고 음주운전과 폭행으로 경찰에 입건된 전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사람이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받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